프라하 초승달

사진 2011. 11. 28. 06:16

저 초승달 정말 크고, 정말 이뻤는데,
사진기의 한계로...


Taken by iPhone 4

여행의 마지막 밤.

여행 2011. 11. 28. 04:57
모두가 매일 피부로 느끼며 살겠지만, 시간은 정말 화살처럼 빠르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 회사 생활 중 나름 큰맘 먹고 9박10일을 잡았다.(일주일 하고도 2틀을 더 잡아먹는다. 일단 일주일이 넘어가면 다들 좀 길게 느끼기 시작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나름 용기도 필요했고, 그 만큼 여행에 대한 절박함도 있었다. 늘 똑같이 예민해지는 일들의 반복과 벗어나려해도 벗어나지지 않는 똑 같은 일상을 사는 나에게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은 그런 나에게 정말 '오아시스'같은 시간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 또는 여행이 필요한 거 같다. 떠나기 전에는 모를 수 있으니, 자유로운 싱글이라면, 가정이 있다하여도 쿨하게 가족이 허락한다면, 어린 나이에 뭔가 도전하고 싶다면, 늘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삶이 지치고 힘들다면, 외롭다면, 그 밖에 등등 어떤 이유에라도, 혼자 짐을 싸고 여행을 계획하여 떠나야한다.

한국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이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회사 책상 앞에 앉아서 정신없이 이메일로 몰려드는 일을 처리하고, 매일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회사에 대한 끝없는 불만으로 사라지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런 여행의 시간이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한다.

프랑스라는 나라를 알게 되어 행복하고, 

핑크가 잘 어울리는 Alex와의 재회에 신이난다.

운좋게 공짜로 입장한 오르세 뮤지엄, 고흐의 그림에 가슴이 벅차 세번을 다시 돌아 감상하고,
 
몽마르뜨 언덕에 고흐님 집앞을 서성이며 혹시나 만날까 말도 안되는 설레임,

공짜 갤러리에 들어가서 재미지게 구경하고 나오며 "대박!!"을 외치고,

혹시 또 그런 갤러리는 없는지 두눈을 부릅뜨고 몽마르뜨를 뒤지던 기다림,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게눈 감추듯 마셔버린 마카롱,

그냥 저벅저벅 걷다 알렉산더 다리에 올라서는 끝없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던 해질무렵의 파리,

아침마다 달려가서 책읽고 싶어서 미칠것 같았던 정원,

아침과 저녁 사방 어디에 서도 그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콩코드 광장은 서있기만 해도 좋고, 

멋모르고 걸어올라간 에펠탑 계단 중턱에서 토나올 것 처럼 힘들었지만, 해지는 파리 시내와 센 강을 보며 토대신(ㅎ) 함성이 나오던 순간, 그 끝에 찾아오는 쓰디쓴 내려가는 계단들과 찬바람... 
그 와중에 저녁 6시에 번쩍 거리는 에펠탑 때문에 미친듯이 뛰어내려가서 에펠탑 다리 밑에서 번쩍이는 놈을 담겠다고 카메라 치켜들던 순간.

밤이라 더 좋은 Centre Georges Pompidou, 도트에 심취한 일본 작가의 알록달록한 조명의 방에서의 환상의 공간에서의 환상적인 순간. 투명한 벽으로 보이는 파리의 은은한 야경,

루비통...이라는 글을 보고 들어간 곳은 스토어가 아니라 본사.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잘 차려입고 루비통가방을 들고, 루비통 가방과 비슷한 바닥, 벽, 문, 엘리베이터로 뒤덮힌 곳으로 입장... 굉장히 있어보여서 혼자 멍떼리며 사진찍다 눈치보여 튀어나온 순간.

Merci,,, 프렌치에 대한 관심 증폭 (한국 돌아가면 꼭 배우겠음)

그저 이쁜 프라하, 프라하의 멋진 날씨를 3일 만에라도 보게 되어 너무 다행스럽고, (아니면 프라하를 싫어할 뻔 했다.)
드보르작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된 귀중한 시간. 드보르작 박물관에 그려놓은 내 작품. (도포를 입은 드보르작.)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조금 더 일찍 그를 알았더라면 이렇게 음악을 배웠더라면 내가 피아노를 관두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아쉬움.

100코로나짜리 Nutcracker 발레,
200코로나짜리 Madama Butterfly. 프라하에 있는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즐겼던 황당한 웃지 못할 순간.

그리고 프라하의 크리스마스, old town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지금 마지막 날, 프라하의 밤. 스타벅스. 여기 다 적지 못한 모든 경험들, 생각들, 느낌때문에 나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정말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선택한 것 중 최고였다. (무엇보다 짐싸는 능력이 배가된다. 강추. ^______^ )

아마...다음 여행지는 또 파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꼭 다시 가고 싶다. 파리에 대한 무한 사랑에 상사병이 날 지경이다. ㅜ,ㅜ

죽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떠나고, 사랑하고, 외로워하고, 감동하고, 어려워하고, 두려워하고, 극복하고, 쟁취하고, 연구하고, 배우고, 때론 사치도 부리고, 진심으로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그리고 이 모든 것이 패키지로 준비 된 것이 여행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했던 이번 여행은 아이폰으로 모든 것을 담아야했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그 순간 사진으로 담느라 중요한 것들을 더 많이 놓치게 된다. 아무리 잘 찍어놓은 사진도 이후에 몇 번이나 보겠는가. 차라리 이렇게 열심히 이 순간의 기분을 적어 놓는 것이 이후 나를 다시 돌아 보기에 더 필요한 것임을...



걸어올라간 에펠에서 힘든 나를 지탱해준 해질녘. 
직접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자.